‘긱 워커’ 돕는 국내외 스타트업
장형태 기자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의 대표 격인 배달 기사는 대부분 소속이 없는 프리랜서 ‘긱 워커(근로자)’다.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일감을 받아 배달하며 건당 돈을 받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최모(25)씨는 “거리 두기 2.5단계 이후 배달이 늘어 지금은 일주일에 150만원도 벌지만 사고가 나 오토바이를 못 몰면 돈 나올 구멍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긱 워커의 가장 큰 단점은 이처럼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은 고정 수입을 보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대출 등을 받기도 여의치 않다. 내년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액 대출이 생긴다. 늘어나는 긱 워커를 위한 금융 스타트업 엠마우스가 배달 라이더와 건설 일용직 근로자를 위한 소액 대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엠마우스 김휘준 공동 대표는 “긱 워커도 대출 같은 기존 회사의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긱 이코노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긱 워커, 그리고 이들을 고용하는 회사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긱 워커는 5억4000만명에 달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긱 워커를 54만여 명(지난해 기준)으로 추산한다. 전체 취업자의 2% 수준에 불과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 규모는 훨씬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엠마우스가 서비스하는 앱 ‘페이워치'는 아르바이트생 등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면, 이를 고용주가 인증하는 식이다. 근로자가 급전이 필요하면 쌓인 시간에 시급을 곱한 금액을 가불 받을 수 있다. 근로자는 최고 5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어닌은 우버와 제휴해 기사들을 위한 현금 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버 기사가 고객을 내려주는 즉시 바로 자기 계좌로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전엔 우버로 일단 돈이 들어갔다가, 수일이 지난 후에서야 기사에게 돈이 들어왔다. 어닌의 모토는 ‘드라이버가 오늘 일했으면, 오늘 돈을 받아야 한다'이다. 우버 운전자는 하루 최대 100달러를 수수료 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 그다음부터는 약간의 수수료를 낸다. 이미 앱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었다. 체커는 긱 워커들의 평판과 경력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범죄 이력이나 평판이 안 좋은 긱 워커를 걸러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우버·인스타카트·도어대시 등 큰 긱 이코노미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아프리카 케냐 스타트업 투라코는 케냐와 우간다에서 긱 워커를 위한 소액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차량 공유 업체와 제휴해 기사에게 건강·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준다. 보험금 청구도 모바일로 바로 가능하다. 보험료는 한 달 최대 2달러(약 2200원)를 넘지 않는다. 인도 스타트업 카르마라이프는 은행 계좌와 ‘신용 점수‘가 없는 긱 워커에게 디지털 결제와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콜롬비아·브라질 등에 거점을 둔 트루오라는 ‘우리의 미션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사기를 근절하는 것'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긱 워커 평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엔(UN)도 긱 워커의 ‘자금 융통’ 문제 해결에 주목하고 있다. 유엔은 그중에서도 특히 전체 근로자 대비 긱 워커 비율이 두 자릿수가 넘는 중국·인도·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긱 워커를 타깃으로 한다. 유엔 산하 유엔자본개발기금(UNCDF)은 지난 3월 ‘긱 이코노미 챌린지’ 공모전을 열어, 지난 10월 엠마우스 등 스타트업 3곳을 우승팀으로 선정했다. 이 공모전의 취지는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긱 워커를 돕는 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었다. 긱 워커는 금융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는 맹점을 국제사회 차원에서 보완해보자는 것이다.
공동 우승팀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 스타트업 겟하이어드는 긱 워커 교육 플랫폼이다. 특히 나이가 어린 긱 워커들이 다양한 기술과 전문성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중국 스타트업 벌사는 엠마우스처럼, 긱 워커를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벌사를 이용하면 매일 일당을 이곳에 ‘저축'할 수 있다. 현지 은행 예금 이율과 비슷한 규모로 매일 이자까지 붙여준다. 이용자에겐 은행에선 받기 어려운 소액 대출도 해준다. 이외에도 택배 등 물류 배송 긱 워커를 위한 보험 서비스 코알라,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지 않은 긱 워커를 교육시켜주는 셀프드리븐,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지서 모바일 금융을 교육하는 모사비 등 7팀이 공모전 결선에 올랐다. 심사를 맡았던 조에 빅토리아 테이트 UNCDF 스페셜리스트는 “이번 공모전에 참여한 기업들이 긱 워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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