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하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보여
우수민 기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 문장이 'put yourself in his or her shoes'입니다. 우리말로 '역지사지'라는 의미로,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면 그곳에 답이 있다는 것이죠."
유니레버코리아 브랜드매니저, 씨티은행 이사, HSBC은행 전무 등을 거쳐 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한 김휘준 엠마우스 대표가 최근 한양대에서 '연결의 힘으로 만들어 낸 소셜 임팩트 서비스'라는 주제로 매경CEO 특강을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대해 조언했다.
엠마우스는 급전이 필요하지만 신용이 부족해 당장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근로자에게 월급 선지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워치를 운영한다. 출퇴근 인증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하면 이를 근거로 앞으로 받을 월급 중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에 소일거리로 와인바를 운영할 당시 아르바이트생들이 종종 월급날이 임박한 시기에 돈이 부족해 곤경을 겪는 모습을 보고 서비스를 착안했다고 전했다.
국내외 유수 기업에서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한 김 대표는 "자신의 회사뿐만 아니라 그와 다른 분야 기업의 필요를 잘 연결하면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며 "이것이 최종적인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효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직 자신의 회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 목소리를 계속 모니터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고 부연했다.
타 산업군 혹은 타 기업 니즈를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한 사례로 김 대표는 과거 카드사 근무 시절 플래티넘 카드를 고안한 경험을 들었다. 그는 "플래티넘 카드라는 개념이 국내에 전무했던 시절,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의 실질적인 니즈를 충족할 혜택을 만들고자 했다"며 "이를 위해 금융사 VIP를 모객하고자 하는 호텔과 제휴해 발레 주차를 비롯한 다양한 무료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선 사회적 가치 측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서 꼭 돈을 벌지 않는 것은 아닌 만큼 그 가치를 제대로 책정해보면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길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잘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유사한 일을 하는 곳이 다른 시장에 있다면 얘기가 쉬워진다"며 "기업이 작든 크든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똑같은 숫자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좋은 브랜딩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케팅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경영학과 같은 유관 전공이 필요하지는 않다면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케팅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도구"라며 "사고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가 중요할 뿐 전공과 가고자 하는 길은 크게 관련 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결국 어떤 분야에서든 개발자와 함께 일할 수밖에 없다"며 "개발자의 언어를 이해하며 일할 수 있도록 컴퓨터 코딩 공부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행사 가이드로도 잠시 근무했다가 중소기업에서 늦은 나이에 커리어를 시작한 김 대표는 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말라고 격려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과 은행에서 빠른 승진으로 임원까지 했지만 지금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만드는 것이 정말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회사에 빨리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것도 좋지만 책임과 부담이 작은 젊은 나이에 내가 정말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 알아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매일경제, 원문 보기
Comentários